[서문]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첫 문단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쓰고, 백스페이스 몇 번, ㄱㄴㄷㄹㅏㅑㅓㅕ 몇 번. 취미는 글쓰기입니다, 라는 멘트를 자기소개때마다 쓴 지도 한참인데 여전히 글을 시작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에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바뀔 수 있으니 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물론, 내림받은 것처럼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여서 하얀 화면을 가득 채워줄 때도 가끔은 있다 (올림픽 주기 같은 쿨타임이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제가 무엇이든 글을 써보라고 하면 일단 어렵다, 라고 생각한다. 오늘 일었던 일을 글로 옮기는 것도 어려워서 매일 밤 어떻게 쓸 지 고민하며 펜을 돌렸던 어린 날을, 누구나 겪었을거다. 이 글을 쓰는..
2018-04-05 퇴근하는 버스를 타려다가 배가 고파서 삼각김밥 2개를 샀다.2개를 묶어 1700원에 팔고 있는 할인상품이었다.하나는 참치마요, 하나는 김치볶음밥. 덜컥이는 버스를 타고비 내리는 창 밖을 보면서찌익, 찌익 2개를 붙여놓은 상표를 갈라버리고1번 금띠를 잡아 아래로 슥 내려2,3번 끄티머리를 잡고 벌려버렸다. 아,너무 세게 벗겼더니 김이 찢어졌다, 망했다. 딱딱하게 굳어 차가운 밥알이 씹힌다.태국쌀도 아닌데 찰기없는 것이 입 안에서 튀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 손에 들린 비닐이 신경쓰인다.버스는 달리는 중이고 입은 우물거리고버릴 곳은 마땅치가 않다. 좌석 아래, 까만 바닥으로 슬적 둘 수도 있겠지만왠지 양심이 거슬려 그러질 못 한다.도덕 시험은 언제나 80점 언저리였던 주제에이럴 때 20..
이 글은 군인이던 시절, 병영문학상 수필부문 응모작 중 하나입니다. 취침시간에 당직사관 몰래 모포 뒤집어쓰고 후레시로 비춰가면서 썼던 기억이 나는데... 9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삼스럽네요. 슈우웅. 한 뼘 가량 열린 창밖을 한 톤짜리 트럭이 지나가며 매캐한 바람을 선사한다. 선갈색의 의자들이 열을 맞춘 관광버스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앉아있다.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이 버스에 오른 것이겠지. 그것이 개인만의 일이든, 다수간의 일이든 간에 말이야. “흐응‥.” 그럼 난 왜 이 버스에 타고 있는 거지? “엄마! 바다! 바다아!” 앞자리에 앉은 여자아이가 신기한 듯 창가에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그 소리가 신호탄이라도 된 듯 깨어있는 탑승객들 모두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돌려진다. 태양이..
2018-03-31 2015년 4월 23일.오래전으로 부터의 이야기다. 당시의 나는 고3이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숙사의 일상은 평일과 주말로 나뉜다.평일은 아침 6시 기상, 그리고 점호, 아침식사가 연이어진다. 그러고 방으로 돌아오면 6시 30분쯤. 그 이후로 알아서 씻고 늦어도 7시 50분에는 기숙사에서 나가야 한다. 원래는 7시 30분에 나가야하지만 어디나 지각생들은 있고, 사감선생님의 방망이는 불을 뿜어야하니 20분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그렇게 등교를 하고, 야자를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10시.15분간의 하교 후 정리시간이 주어지고 다시 1시간의 기숙사 특별 학습시간. 11시 15분에 끝이나면 15분내에 씻고 30분에는 취침. 물론, 야간 독서실은 별도 운영이라 공부할 사람은 추가로..
2018-03-26 이태원에서 불타는 금요일을 보낸 후, 나는 토요일을 앓았다.언제부턴가 소주를 조금 과하다 싶게 먹으면 다음날 두통이 따라오는데 저번 토요일이 그랬다.우측 골이 띵-하게 아려오는 이 느낌. 새벽 4시까지 홍콩 게하 모임을 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S와 H를 집에 보내고집에 돌아와서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깼을 때가 10시쯤인가. 홍콩 게하 단톡방에는 술이 덜 깬채 알바를 간 사람도 있고오후 일정에 맞춰 부랴부랴 대구로 복귀하는 사람도 있고오랜만에 들린 서울풀이를 하듯 다음 약속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고다들 이래저래 바쁘면서도 서로를 챙기며 오늘도 화이팅하자 한다. 나도 그 속에서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으며 애들과 대화를 하지만머리가 띵해져오는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저번 홍콩..
2018-02-25 음악을 켜고, 글쓰기. 블로그 + 하루정리글을 쓸 용도로기계식 청축 키보드를 중고거래했는데 …약속장소에 왠 초등학생이키보드 박스를 옆구리에 떡하니 끼고 서 있어서 당황1(아,그래서 카톡 프사가 없었나 싶었다) 계좌이체로 할랬는데 계좌가 없대서 당황2(아,초등학생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별수없이 근처 ATM기를 찾아서 방황하는데본인의 몸체만한 21단식 큰 바퀴 자전거를 끌며뒤에서 따라오는 아이의 시선에, 들고 튀면 자전거로 뒷목을 채버리겠구나-라는헛웃음나는 상상을 하면서 돈을 인출해 나왔는데아차, 키보드가 8만 5천원이다. 물어보니 거슬러 줄 5천원이 없대서 당황3(아,계좌도 없는 애가 5천원같은 큰 돈이 어딨나 싶었다) 또 굳이 마트를 찾아가서 잔돈을 바꿔서 돈을 주고.잘 쓰겠..
2017-07-11 비가 온다. 장맛비다. 아침부터 가늘게 내리던 아이들이 어느덧 조막만해지더니 장대가 되어 내리고 있다. 빗무리로 가득차서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내리는 비가, 바지 밑 단을 축축히 적신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며칠전부터 이어진 장마 예보에 가장 큰 우산을 챙겨 나갔지만 역부족이었다. 머리와 가방 언저리는 젖지 않았지만 우산 끝자락이 닿지 않은 아래는 도리가 없다. 그냥 비가 오니까 젖는 수밖에, 흠뻑. 어차피 젖기 시작한 거 별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첨벙대며 걸었다. 바지가 젖든, 양말이 축축해지든, 신발이 물컹해지든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우산 위를 때려대는 빗소리는 우박마냥 둔탁했고 내 귓가엔 비긴어스의 Falling Slowly..
2017-07-09 이준익 감독(이하 이준익)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그게 누군데? 라고 물어볼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언급을 해보자면 그냥 영화감독이다. 물론 봉준호나 박찬욱처럼 글로벌 네임드라고 불리기엔 조금 애매하다. 아, 애매하단 거지 모자라다는 게 아니다. 내 기준으론 이준익 감독도 충분히 그들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간의 그의 작품을 보면 찍는 영화의 느낌이랄까 류가 다르다. 정확히는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리는 영화를 찍는 느낌이 아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심검의 경지까지 터특한 무림의 은거고수 같달까. 이준익은 나에게 있어선 ‘이준익 영화 = 극장’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아마 내가 배우의 이름이 아니라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첫 영화감독일거다(아,..
2016-08-14 동기들끼린 이야기했지만, 사실 저번 주 금요일(12일)이 입사 2주년이었습니다. 하나. 요즘 주말엔 딱히 약속이 없으면 점심쯤 집 근처 카페에 와서 저녁먹을 시간까지 있는다. 알고리즘 공부도 하고 회사에서 쓰는 웹 공부도 하고 e-Book으로 책도 읽고 소소히 글도 쓰고 있다. 다음부턴 드로잉 스케치도 해 볼 생각이다 (스케치를 집에서 하면 지우개똥이 장난 아니라…) 주말에 집에만 있으니 자고 뒹굴고 먹고 자느라 너무 시간을 버리는 거 같아서 의식적으로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 건데 이러고 있으니 문득, 예전에 대규형이 주말에 카페에서 뭘해도 좋은 스터디를 모집하던 기억이 난다. 둘. 멘토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친정집 식구들(첫 PJT 투입지)하고 했던 일들 중에 하나가 Github Tr..